경기 광주시 송정동에서 심리운동과 발달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러닝메이트 사회서비스센터가 지역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성운·정철준 공동대표가 이끄는 이 센터는 아동의 신체 활동을 매개로 정서와 사회성을 함께 키우는 '심리운동'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정철준 대표를 만나 센터 설립 배경과 운영 철학을 들어봤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키운 질문
정 대표가 이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맞벌이 부모 사이에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낸 그는 학교에서 주변 어른들의 부정적 시선을 받으며 자랐다. 상처를 견디기 위해 일부러 강한 척했던 어린 시절. 전환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한마디였다.
"강한 척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너를 좋아하고 따를 거야."
그 말은 평생의 질문으로 남았다. 왜 자신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학 입시에 실패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스무 살에 다시 시험을 준비해 나사렛대학교 특수체육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만난 '심리운동'이라는 학문은 모든 것을 바꿨다. 신체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과 사회성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현장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아이를 가르치면서도 계속 자문했다. 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에 맞추는 삶도 중요하지만, 먼저 아이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21년 김성운 공동대표와 함께 러닝메이트를 설립했다.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신호다
센터의 상담 방식은 일반적인 발달재활과 다르다. 신체 기능이나 운동 수행 능력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가 선호하는 감각,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 강점과 어려움을 다각적으로 관찰한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아이의 행동을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고 발달 과정의 의미로 해석한다.
센터로 만 7세 남자아이가 찾아왔다. 유치원에서 또래와 상호작용이 어렵고 충동적인 행동이 잦았다. 초기 상담에서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양육에 관심이 없었고, 혼자 아이를 키우던 어머니는 큰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아이는 상담실 문을 발로 차고 책상 위 물건을 모두 넘어뜨렸다. 보호자는 ADHD를 의심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다르게 봤다. '지금 놀고 싶다', '나를 이해해 달라'는 비언어적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 검사를 권했지만, 동시에 심리운동을 통해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과 자기조절 능력을 가르치기로 했다.
변화는 한 달 만에 나타났다. 어머니가 집에서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며 수업 영상 촬영을 요청했다. 하지만 얼마 뒤 비극이 찾아왔다. 어머니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아이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 대표는 이전 상담 녹음과 수업 영상을 함께 보며 아이를 이해하도록 도왔다. 이후 방문수업을 시작했다.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아버지와 함께 배웠다.
두 달 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정 대표는 장례 기간에도 가족 곁에 있었다. 이후 약 1년간 방문수업과 센터 수업을 병행한 결과, 아이는 학교 입학 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아버지가 남긴 말은 이렇다.
"이제 제가 아이를 잘 키워보겠습니다."
정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치료사는 아이만 변화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가족 전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아이의 성장은 치료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전문성과 유연함의 결합
러닝메이트의 강점은 구체적이다. 심리운동, 특수체육, 언어, 사회성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아이 중심의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면서도, 부모의 불안감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한다.
아이를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 개성과 강점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 속에서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센터의 넓고 쾌적한 공간과 다양한 교구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움직이고 탐색하며 즐겁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 대표는 센터 선택의 기준을 이렇게 말한다. "좋은 상담센터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곳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수나 시설 규모가 아니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가족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춘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매일 센터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센터에 올 때보다 돌아갈 때 더 밝은 표정을 짓는 아이들. 울거나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웃는 모습들. 정 대표에게 이런 변화들은 어떤 보상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지 않도록
최근 정 대표가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광주 지역 발달장애 아동과 보호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치료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비용 부담으로 시작을 미루거나 치료 횟수를 줄이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이 현실이 센터의 향후 방향을 결정했다. 러닝메이트는 더 이상 단순히 치료 서비스만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정 대표는 "모든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공공사업 연계, 다양한 사회성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러닝메이트 사회서비스센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가정환경보다 아이의 가능성을 먼저 바라보는 것. 누구나 즐겁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런닝메이트'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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